한 해를 마무리하며 따뜻한 미소를 찾아 힐링 여행지로 오래전부터 목표로 했던 소백산 자락의 영주 부석사로 향했습니다.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 중 하나로 칭송받는 이곳은, 기획자로서 늘 무언가를 ‘채우고 설계’하던 제 일상에 ‘비움과 본질’의 미학을 다시금 일깨워 준 공간이었습니다.
복잡한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가득한 세상을 잠시 뒤로하고, 천년의 시간을 견딘 나무 기둥을 만나는 것. 그것은 제 블로그의 목표인 **[웃음 회복]**을 위한 가장 완벽한 여정이었습니다.
특히, 20여년 전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꼭 한번 가봐야지 했던 결심을 참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루게 되어 정말 많은 기대를 안고 방문하였습니다.
부석사 무량수전으로 향하는 힐링 계단
부석사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을 거쳐 안양루 아래 가파른 석축 계단을 오르는 길은 꽤 숨이 찹니다. 하지만 계단 하나하나를 밟을 때마다 마음속 노이즈는 하나둘 사라집니다.

12월의 차가운 소백산 정기를 품은 찬 바람이 뺨을 스치지만, 공기는 말할 수 없이 맑습니다. 기획자가 수많은 요구사항 속에서 ‘핵심 가치’를 뽑아내듯, 저 역시 계단을 오르며 일상의 불필요한 걱정들을 털어내고 부석사의 중심으로 다가갔습니다.
무량수전 배흘림기둥, 드디어 만난 1000년 미소
서울에서는 정말 멀게 느껴지는 영주 소백산 자락은 나름 큰 결심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. 그렇게 20년이 걸려 드디어 마주한 국보 제18호 무량수전. 700년이 넘는 세월을 당당히 버텨온 이 건물은 ‘배흘림기둥’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. 특히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중 가장 가보고 싶은 장소로 각인되어 있습니다.
가운데가 살짝 부푼 기둥 아래 서서 생각했습니다.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하중을 견뎌내는 이 유연함이야말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‘미소’의 본질이 아닐까요? 무너져내리지 않기 위해 살짝 굽어질 줄 아는 여유. 무량수(無量壽), 즉 ‘끝없는 수명’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의 미소는 시간의 제약을 넘어 지금의 저에게도 닿아 있었습니다.

부석(浮石), 무거운 그리움도 띄워 보내는 자리
무량수전 옆에는 이 절의 이름이 유래된 ‘부석(뜬 돌)’이 있습니다. 의상대사를 향한 선묘 낭자의 애틋한 사랑이 전해지는 신비로운 바위죠.

거대한 돌이 공중에 떠 있다는 전설은, 어쩌면 “아무리 무거운 번뇌와 그리움도 마음먹기에 따라 가벼워질 수 있다”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. 12월의 차가운 바위 위에 손을 얹고, 지난 한 해 동안 무겁게 쥐고 있었던 고민들을 잠시 띄워 보냈습니다. 마음이 가벼워지니 비로소 진짜 **[Simple Link]**가 완성되는 기분이었습니다.
Simple Insight: 낡은 것에서 찾은 새 마음
기획자들은 흔히 ‘Old’한 것을 버려야 할 대상으로 생각합니다. 하지만 2025년 겨울의 부석사는 제게 말해줍니다. 진짜 가치 있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울림을 준다는 것을요. 복잡한 세상 속에서 지쳐있다면, 가끔은 가장 오래된 장소를 찾아가 보세요. 그곳의 낡은 나무 기둥이 당신의 마음을 든든하게 지탱해 줄 것입니다.
Simple Link: 천 년 전의 나무 기둥과 지금의 나, 그리고 저 멀리 소백산 산등성이 굽이굽이 하나 되는 찰나. 세상은 원래 아름다웠고, 우리는 그저 존재하며 웃기만 하면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습니다.
오늘 하루, 부석사의 배흘림기둥처럼 조금은 유연하게, 그리고 뜬 돌처럼 조금은 가볍게 웃어보는 건 어떨까요?